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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

by [비상식량모음/영화 보고]
갑자기 화려한 휴가를 보게 되었다.
라오스 친구가 국제관에서 한국 영화를 틀어준다고 하여 무슨 영화인가 가보았더니
다름 아닌 화려한 휴가였다. 허 참. 화려한 휴가라니.

나는 화려한 휴가를 보지 않았었다.
5.18에 대한 영화는 어쩔 수 없이 감상적이 되고 만화영화 수준의
선악구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5.18이라는 사건 자체가 영화를 넘어선 비현실적인 상황이었고
그 속에 있었던 일들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여 큰 슬픔과 감동과 운동의 힘으로 드러났는데
그깟 영화가 더 이상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영화를 보니 역시나 그랬다.
영화의 인물들은 광주에서 그 비현실적인 참상을 겪어야 했던 사람들의 고뇌를 드러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안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그야말로 영화속에서나 가능한 영웅의 모습으로만 그려졌다.

주인공 민우가 마지막 순간에 게엄군에게 포위되어 "폭도야 총을 버리고 항복하라"는 말을 들었을때
"우리는 폭도가 아니야"라며 외치고 총을 쏘다 죽는 게 아니라
총을 버리고 무릎 꿇고 항복하며 무력감과 슬픔에 비통한 눈물을 흘렸으면 어땠을까.
영웅의 모습은 아니지만 그런 모습이야 말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한 인간의 절절한 모습이 아닐까?
당시 광주에 있었던 사람들의 심정은, 인간의 심정은 그런 것이 아닐까?

영화는 단순하게 흘러가 나의 미감을 찌푸리게 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자꾸 한숨이 나오고 눈물이 고이려 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5.18과 관련되어 한국 현대사에 버무려져 있는 모든 것들이 떠오른다.
이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같이 영화를 보는 라오스 사람과 캄보디아 사람은 영화를 보며 자꾸 킥킥댄다.
나는 눈물이 고이는데 킥킥대다니.
하지만
당연한 일이다.
갑자기 군인들이 나타나서 아무 이유도 없이 몽둥이를 휘두르고 총을 쏴대고
시위하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 장면들을 보면 웃음이 나올 수 밖에!
5.18을 모르는 사람에겐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웃기는 영화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몇번이나 귓속말로 이야기 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에요."

사실 이것도 웃기는 말이다.
영화는 영화이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다큐멘터리 역시 실제 있었던 일은 아니다.
영화를 통한 영상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 나온다고 해도 5.18을 재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5.18엔 이미지와 소리를 넘어선 실체가 있다.
5.18 자체가 너무나 비현실적인 현실이었고 5.18은 끊임없는 운동의 에너지가 되어 오늘의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삶 속에 5.18이 들어있다.
하지만
그러나
젠장맞게도
그 민주주의가 이명박이를 뽑았고 한나라당에게 과반수를 쥐어 주었다.
그 민주주의 사회의 경찰이 시민을 사냥하며 뻔뻔하게 고개를 치어든다.
5.18 앞에서 이런 사태는 얼마나 부끄럽고 참담한 일인가.  

영화의 끝부분에서 여주인공은 잠든 광주 시민들에게 확성기로 계속 이야기한다.

"여러분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그렇다. 영화는 어찌되었든
5.18은 잊어서는 안된다.
올해 5월에 광주 망월동을 방문했지만 어느덧 까맣게 잊고 있었던 5.18을 되살려준
화려한 휴가는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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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18 ,오늘

by [시국을 논함]
지난 일요일 광주에 다녀왔다.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일상 속에 파묻혀버린 것 같다.
지난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그리고 오늘까지
나에겐 많은 일이 있었고 즐거웠고 슬퍼하며 지냈지만 사실 별 일도 아니었다.
불과 며칠만에 나는 일상에서 광주를 잊고 이제 글을 쓰며 회상하고 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광주를 회상해본다.
내가 다녀온 광주를 통해 그때의 광주를 회상하고, 오늘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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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역 들어가는 입구에 쭉 늘어선 꼬리표. 지역 학생들이 쓴 것들이다.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스산하다.)


우리가 늦게 도착해서 그런가 이명박이가 다녀가서 그런가.
묘역 앞은 기대보다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어렸을때 수학여행 다녔던 곳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묘역에 들어가고 기념탑 뒤에 있는 묘소에 가까이 갈수록 무거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이명박이가 다녀간 공식행사가 끝나서 그런지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기념식장에 놓였던 의자는 치워지고 있고 정부와 정치 주요 인사들이 보낸 화환이 펄럭인다.

묘소에 다가가니 비석 뒷면에는 희생자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써준 글들이 적혀 있었다.
나는 한 세개쯤 읽어보다가 자꾸 눈물이 나와 더 읽을 수가 없어서 그만 두었다.
이 끔찍한 일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이나 민주화 '과정'에서 일어난 비극이라기보다는,
희생자 본인과 그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우주의 종말이고 세상의 종말이었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이 한 번 태어나면 한 번 죽을 수 밖에 없다지만 이렇게 죽다니.
비석 뒷면에는 '아들아 이땅의 민주화를 위해 산화한 네가 자랑스럽다' 라는 식으로 적힌 것도 있었는데
그런 비문을 쓸 수 밖에 없는 어머니, 아버지의 심정은 얼마나 참혹한 것인가.
그러나 이 민주사회가 이명박이를 대통령을 만들어 5.18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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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없는 천박한 인간


다시 광주를 생각해야만 하는 때가 온 것이다.
마침 진보신당 노회찬이 참배를 왔다.
표정이 매우 침통해 보였다. 본인은 이번 총선에서 홍정욱에게 패하고 진보신당은 한 석도 얻지 못했다.
그도 광주에서 느끼는 것이 많을 것이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고 그가 참배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노회찬도 그렇지만 나도 얼굴이 펴지지가 않는다.

구묘지에서 만난 민주열사들 그리고 그들을 찾아온 민주투사들은
광주가 종결된 역사가 아니라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역사임을 알게 해주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투사들이 구묘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 
MP3로 듣던 노래를 그런 자리에서 그런 사람들이 부르는 것으로 들으니 생생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묵념만 했다. 우리는 그 노래와 함께 살아온 세대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우리 시대의 과제가 있다. 
그동안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다.
사실 당연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동안 너무 편하게 살아왔다. 
앞으로도 편하게 살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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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로는 광우병, 대운하등 이명박이 벌여놓은 짓거리에 대한 성토로 가득했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문제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도 한 순간에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10대들과 어머니들이 들고 일어섰다.
앞으로 닥쳐올 생활과 삶의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분위기 파악 못하는 이명박이는 쇠고기문제는 대충 넘어가면서
어떤 식으로든 대운하를 하려고 한다.
대한민국의 CEO가 된 기념으로 한건 크게 해쳐먹겠다는 생각은 알겠는데. 그럴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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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동'에 놀아난 사람들이 모여든 촛불집회가 '불법'집회가 되고 '폭력'시위로 '변질'되고 있는 마당에
다시 한번 광주를 생각한다.
일상 속에서 늘 잊게 되고 무뎌지게 되겠지만 광주를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고 고민하게 된다.
그들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대단히 투철한 사상이나 신념때문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그랬을 것이다.
우리의 삶, 나의 삶을 해치는 국가와 정부와 이명박이는 좋은 말로 할때 반성하기 바란다.
머슴이 헛짓거리를 하면 주인은 가만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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